누가 이 아이를 굶겨 죽였나?
정신지체 엄마·막노동 아빠 제대로 못돌봐
기초생활수급·장애인등록 등 조언 못받아


무지와 사회의 무관심 속에 5세 된 아들을 잃은 김씨가 아사 직전에 발견돼 응급치료를 받고 있는 2세 된 딸을 간호하고 있다. /19일 파티마병원=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미숙아로 태어나 하반신을 전혀 사용하지 못하던 다섯살 된 장애 어린이가 부모의 무지와 주위의 무관심 속에 영양실조로 숨졌다.

18일 오전 영세민 부부인 김모씨(39·대구시 동구 불로동)의 사글세 단칸방에서 김씨의 장애 아들이 장롱 이불 속에서 숨친 채 발견됐다. 한 종교단체 사회복지 담당자의 신고를 받고 김씨의 집을 찾아간 경찰은 이 어린이가 영양실조로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 부부가 사는 다세대주택 3층 사글세 방 안 냉장고에는 우유 3병만 달랑 놓여 있었고 쌀이나 먹을 것은 전혀 없었다. 김씨의 두 딸 가운데 큰 딸(7)은 말랐긴 해도 건강에 큰 이상이 없었지만, 막내딸(2)은 아사(餓死) 직전이었다.

김군은 숨진 지 3일째였다. 정신지체인 아내와 3남매의 생계를 책임진 김씨는 막노동으로 가족들의 생계를 꾸려왔으나 최근 경기침체로 일감을 구하지 못해 밥조차 제대로 먹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정신이상 증세를 보이는 숨진 김군의 어머니(39)가 집을 비울 때가 많아서 다른 사람이 떠먹여 주지 않으면 밥 한 숟갈 먹지 못하는 장애 아들과 몸이 약했던 막내딸은 자연히 굶는 날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큰 딸은 "하루 한끼는 거의 매일 굶었고 한 달에 1주일 정도는 식사를 아예 못할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선천성 장애아로 태어나 병마에 시달렸지만 김군은 숨질 때까지 병원 치료를 받아 본 적이 없었다. 정신지체장애 3급으로 알려진 숨진 김군의 어머니 역시 그동안 의료기관의 정신장애에 대한 정식 진단을 한 번도 받지 않았고, 장애인 등록을 하지도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 가족은 어렵게 생활했지만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로 선정되지못해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했다. 또 2년여 전부터 한 동네에 살면서 어려운 생활을 하는 김씨 가족에게 이웃 주민 누구도 기초생활 수급권자 신청이나 장애인 등록에 대해서 조언을 해주지 않았으며 관할 대구 동구청도 이들 가족에 대해 관심을 두지 않았다.

김군의 어머니는 아들이 숨지기 6일 전인 지난 10일부터 몸 상태가 크게 나빠지자 아예 아무 것도 먹이지 않았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김군이 숨지던 16일 저녁, 아들이 계속 기절을 하자 김씨 부부는 휴대용 수지침으로 응급조치를 하려 했지만 결국 숨졌고, 부모는 숨진 아들을 안방 장롱 속에 넣어 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실을 경찰에 알린 불로성당 사회복지부장 구모씨(53)는 2000년 김씨 부인이 생활이 어렵다며 성당에 도움을 요청한 것을 계기로 매월 3만원씩 분유비를 지원하다 연말을 맞아 김장김치와 쌀을 전해주러 왔다가 이같은 사실을 알게 됐다.

구씨는 "김씨도 자신의 아들이 숨진 것에 대해 심한 자책감으로 괴로워했다"고 말했다.

무지한 부모와 이웃의 무관심 속에서 병원 치료 한 번 받아보지 못하고 굶어 죽은 김군은 마지막 가는 길까지 평화롭지 않게 됐다.

경찰은 20일 부검을 통해 김군의 정확한 사망원인을 밝히는 한편 김씨의 신변에 대해서는 검찰과 협의키로 했다.

다행히 아사 직전 구출된 김씨의 막내딸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한편 동구청은 뒤늦게나마 김씨의 막내딸(2)에 대한 의료비를 지원키로 하는 한편 김씨 가정에 생계비 지원과 성금을 모아 전달하고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김씨 부인을 병원에 입원시키기 위해 김씨와 논의 중이다.


2004-12-20 11:54:22 입력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사진=19일 파티마병원=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 itislord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5-04-24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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