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 업계가 야심차게 추진한 디지털미디어센터(DMC) 표준화가 영 진척이 없다. 작년 7월부터 논의를 지속했으니 벌써 9개월째지만 리모컨 키 명칭 표준안 정도를 마련했을 뿐이다.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간 미들웨어 호환성, 수신제한시스템(CAS) 문제 등 앞으로 넘어야 할 산도 매우 많다. 당초 목표는 작년 말까지 논의를 마무리하는 게 목표였지만 간단히 말해 언제 결론이 날지 모르는 상황이다.

  지역사업자인 SO에 DMC 표준화는 디지털케이블TV의 경쟁력을 높이고 인터넷TV(IPTV), TV포털 등 신규 경쟁 매체에 대응할 수 있는 유력한 방안으로 꼽혀 왔다. 권역마다 다른 디지털케이블TV가 아니라 어느 정도 표준화, 단일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케이블TV의 단일 이미지를 통해 전국사업자인 통신사업자와 경쟁할 수 있다.

 어디 그것뿐인가. 소비자 측면에서는 다른 권역으로 이사가더라도 셋톱박스를 바꿀 필요가 없어진다.

궁극적으로는 튜너가 내장된 TV를 통해 셋톱박스 없는 이른바 플러그 앤드 플레이 방식의 디지털케이블TV도 구현할 수 있다. 사업자나 소비자 모두 장기적 이득을 취할 수 있는 묘수가 바로 DMC 표준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SO 간 이해관계 때문에 진척이 더디다는 게 중론이다. 기존에 투자해 놓은 것이 있으니 가급적 기존에 건설한 DMC에 맞춰 표준화를 추진함으로써 추가투자 부담을 줄이려는 게 여러 SO의 속내다. 속사정이야 충분히 이해할 만한 일이지만 업계 전체에 다가오는 거센 폭풍과 맞서 싸우려면 작은 이익은 일단 접어놓고 볼 일이다.

 케이블TV 업계는 최근 외부 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한미 FTA로 거세어질 외국 방송의 유입도 막으려 하고 위성방송과의 공시청망 논쟁, IPTV 사업자와의 동일서비스 동일규제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어느 하나도 케이블TV 업계가 놓칠 수 없는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내부 역량을 결집해 스스로의 경쟁력을 높이면서 동시에 외부 환경에 대응한다면 케이블TV 업계가 바라는 목표에 훨씬 더 빨리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케이블TV 업계의 하루라도 빨리 DMC 표준화 성과를 내기를 기대한다.

최순욱기자·u 미디어팀@전자신문, choisw@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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