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컨버전스 시대] (22) 방송 미디어기업의 변화


[디지털타임스   2005-08-24 02:52:18] 

`콘텐츠 매니지먼트 전문기업`이 미래다
성열홍 CJ시스템즈 E&M사업본부장

디지털 컨버전스는 방송미디어 산업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가. 디지털 환경에서 시청자는 미디어를 어떻게 이용하게 될 것인가. 향후 통신사업자는 방송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이 같은 이슈가 최근들어 방송업계의 뜨거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컨버전스 시대에 급변하는 시장환경에서 변화의 흐름을 잘못 읽어 변신을 소홀히 할 경우, 방송 미디어 기업은 시장 점유율ㆍ투자ㆍ 마케팅ㆍ재무에 이르기까지 명암이 크게 바뀔 수 밖에 없다.

델 컴퓨터의 마이클 델 회장은 디지털시대의 변화에 대해 "TV를 만드는 사람은 TV가, PC를 만드는 사람은 PC가, 휴대폰을 만드는 사람은 휴대폰이 컨버전스의 중심에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진짜 중심은 소비자이며, 이들에게 진정한 가치를 제공하는 기업만이 살아 남을 것이다"고 설파했다.

야후의 창업자인 제리양은 "지금은 개인화 시대다. 얼마나 개개인의 요구와 편의에 능동적으로 맞춰 나갈 수 있느냐가 미디어를 비롯한 많은 기업들의 생존 전략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즉, 디지털 컨버전스시대에 정말로 중요한 것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며, 소비자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콘텐츠를, 원하는 플랫폼을 통해 소비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것이라는 뜻이다. 이런 시공간을 극복한 유비쿼터스 미디어 환경에서 새로운 수익모델을 창출하기 위해 방송과 IT의 결합은 이제 필수불가결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방송산업과 IT의 결합〓방송은 IT와 결합을 통해 주문형비디오(VOD), TV포털, 웹 캐스팅, 데이터방송, 이동멀티미디어방송(DMB), 인터넷프로토콜(IP)TV, 네트워크 개인녹화장치(PVR), T―커머스와 같은 새로운 융합서비스를 태동시키고 있다. 과거 방송, 통신, 인터넷 산업은 콘텐츠와 패키징, 전송, 단말 분야에 있어 수직적으로 통합된 형태로 발전돼 왔다. 하지만 디지털 컨버전스 환경에서는 방송과 통신이 융합된 서비스, 콘텐츠와 솔루션의 융합형 서비스, 주문형 서비스에 대한 욕구가 점차 커진다.▶그림 1참조

앞으로 방송사업자들은 더욱 복잡한 유통채널과 유비쿼터스 환경을 대상으로 콘텐츠를 신속하게 재가공ㆍ변환해 효율적으로 공급해야 하며, 디지털자산관리시스템(Digital Asset Management System)의 개념을 도입해 브랜드 포트폴리오의 최적화와 자산 활용성을 극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지금까지 많은 콘텐츠 미디어기업들이 미디어 복합기업(Media Conglomerate)을 성장 목표로 추구해왔으나 이제는 개방형 미디어에 적합한 콘텐츠 매니지먼트 전문기업에서 미래비전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래의 소비자들은 콘텐츠를 소비함에 있어 점차 브랜드에 의존하는 경향이 낮아질 것이고, 가격과 품질이 더 중요한 선택 요소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개방형 미디어 시대의 기업 변화〓디지털 컨버전스의 진화로 미디어는 현재의 멀티미디어에서 개방형 미디어시대로 패러다임을 맞고 있다. 미디어 진화과정을 나눠보면 아날로그 미디어 시대, 빅미디어(Big Media) 시대, 멀티미디어 시대, 개방형 미디어(Pervasive media, Open Media) 시대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아날로그 미디어시대는 미디어 회사가 이용자와의 계약에 따라 일방으로 콘텐츠를 보내주는 `푸시(push)'형 방송시스템의 시대다. 빅미디어 시대는 양방향성은 가능하지만 비즈니스 모델은 아날로그시대와 큰 차이가 없는 단계이며, 미디어 형태는 비디오 테이프, DVD 등을 들 수 있다. 멀티미디어 시대란 여러 채널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엔터테인먼트가 제공되는 형태로, 케이블TV, 위성방송, DMB, PVR 등이 해당된다. 다음세대로의 미디어 진화가 바로 개방형 미디어 시대다. 이 때는 미디어 기업과 이용자가 항시 연결돼 소비자들이 공간과 시간을 넘나들며 미디어를 이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하는 단계다. 개방형 미디어 시대의 미디어 기업은 멀티플랫폼과 유비쿼터스 환경 등에 적합한 콘텐츠로 재가공, 변환해 제공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애플사의 아이튠즈(iTunes)는 이종 플랫폼간의 연결이 가능하다는 디지털 속성을 이용, 이종단말기간 음원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프로젝트를 사업화함으로써 성공을 거뒀다. 이처럼 방송사업자도 이종 매체, 이종 플랫폼과의 결합을 통해 콘텐츠 사업의 범위를 넓혀야 하며, 확보한 가입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부가사업의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개인형ㆍ이동형ㆍ유비쿼터스 미디어 시대의 기업 변화〓디지털기술이 보편화되면서 미디어 소비자의 행동 양식과 소비형태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진보된 기술로 인해 미디어의 형태와 상관없이 콘텐츠에 대한 접근이 보다 쉽고, 유연한 환경으로 바뀌었다. 이 결과 디지털콘텐츠는 점차 개인화(Personalized), 이동성(Mobilized), 양방향성(Interactive), 축약형(Digested)에 대응할 수 있는 추세로 발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디어 제공자와 소비자의 관계도 변화하고 있다. ▶그림 2참조

아직까지 가정의 거실에 놓인 TV는 가족 공동의 소유물이어서 공동 시청의 대상이다. 하지만 휴대전화와 결합한 DMB는 오로지 나만의 공간에서 나만이 즐기는 개인형 TV다. 이로 인해 TV 시청 형태는 가족시청과 같은 집단시청에서 개인시청으로 사유화(私有化)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 디지털 케이블TV에서는 과거 패키지 판매에 의한 월별 수신료 징수 방식에서 VOD 등 낱개 또는 일정량의 콘텐츠를 소비자가 선택해 구매하는 방식이 병행되고 있다. 또한 미국에서 인기리에 보급 중인 PVR(DVR)은 저장 시청방식을 제공함으로써 방송사와 시청자의 관계를 비선형적 관계로 변화시키고 있다. 방송사가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모든 시청자는 동시에 시청해야 하지만 PVR은 동일한 프로그램이라도 시간이동(Time shifting)에 따라 시청하는, 개인적ㆍ비선형적 시청 경험을 확대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PVR은 `주파수 대역폭을 능가하는 콘텐츠 제공 용량 확대(More Bandwidth)' `홈네트워크 기기와의 용이한 결합(Easier Home Networking)' `보다 많아지는 저장용량(Fatter Disk Drivers)' 등에 강점을 갖고 있다. 대표적인 PVR 사업자인 티보(TiVo)에서 개발하고 있는 차세대 서비스의 경우, 케이블 채널과 브로드밴드 서비스, 영화프로그램 대여, 극장 상영정보, 온라인 DVD 쇼핑몰 링크 등을 통합화면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즉, 케이블과 온라인을 모두 포함한 일종의 TV포털 개념의 서비스를 지향한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소비자들은 TV로 인터넷을 할까 PC로 TV를 볼까를 고민하는 시대가 됐다. 32인치 대화면이 탑재되는 고화질 PC가 등장하고 있고, TV도 인터넷 접속 기능이 강화돼 맞대응을 할 태세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의 윈도 미디어센터 PC를 홈엔터테인먼트 게이트웨이로 설정, X박스ㆍ디지털카메라 등 주변기기들을 불편함 없이 연결해 사용토록 하고 있다. 또한 음악이나 TV쇼, 사진, 동영상들을 즐길 수 있도록 함으로써 유비쿼터스 미디어를 지향하고 있다. DTV를 생산하는 가전업체 역시 초고속인터넷망과 연계한 DTV포털을 제공하기 위한 솔루션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아이스크린(iScreen), 파나소닉의 T나비(T―Navi), 소니의 소넷(So―net) 기반의 TV 포털 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모바일 포털, PC포털 그리고 통신업체가 IPTV를 제공하는 TV포털과 같이 DTV포털을 제공함으로써 디지털 AV 기기 판매 증진 및 차별화를 추구하고 있다.

◇디지털 컨버전스와 다이버전스=디지털 컨버전스라는 개념은 한 점으로 모이는 융복합의 의미이지만 한편으로는 여러 곳으로 갈라진다는 다이버전스(divergence)의 상대적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즉, 디지털 컨버전스로의 진화과정에 따라 다이버전스가 수반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휴대폰에 시계와 카메라, MP3 더 나아가 DMB 서비스가 가능한 복합화기능 제품이 제공되면서 그 동안 특정 플랫폼 또는 개별 단말기에 종속되던 서비스는 분화돼, 이용자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 준다. 지상파에서 케이블TV, 디지털위성방송에 이어 IPTV로 플랫폼이 진화되면서 서비스 시장은 분화되고 있다. 특히, 통신사업자들이 주축이 돼 추진하는 IPTV는 광대역통합망(BcN)을 통한 유무선통신과 방송을 결합해 U―라이프 실현을 기치로 내건 만큼 홈네트워크와 결합되면 미디어시장의 질서를 흔들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기존 미디어 사업자들은 이러한 신규 시장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서 기존시장을 빼앗길 수도 있으며, 반대로 다이버전스 시장까지 참여해 더 큰 시장을 확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국내 영화 산업의 경우 복합상영관의 확대에 따라 극장수입은 증가했지만 PC를 통한 불법 다운로드가 성행하고, 극장으로 소비자가 몰리면서 과거 호황을 누렸던 비디오나 DVD 시장이 크게 위축해 전체 영화시장은 크게 성장하지 않았다. 음반시장의 경우 다운로드로 음악을 즐기고 파일을 전송할 수 있는 MP3나 PMP(Personal Media Player)와 같은 다양한 디지털 복합기기들이 등장하면서 이 분야의 음악시장은 성장하였지만 전통적인 음반시장은 고사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의 미디어 산업의 미래 예측이 얼마나 어려운지 짐작할 수 있다.

◇방송미디어 사업자의 성장 방향〓앞으로 소비자에 대한 가치 제공이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의 핵심적인 성공 요소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동일하거나 유사한 콘텐츠를 선택할 수 있는 플랫폼을 더욱 많이 접하게 될 것이다. 미래 소비자들이 콘텐츠를 소비할 때는 현재와 같이 특정 방송사나 플랫폼의 브랜드에 크게 의존하는 경향이 점차로 낮아지고 가격과 품질이 결정적인 선택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영화ㆍ방송ㆍ엔터테인먼트 복합기업인 디즈니의 경우에는 콘텐츠의 질, 배급ㆍ전송기술, 해외사업을 최우선 경영목표로 설정하고, 성장이 정체되고 있는 DVD 사업을 축소하고 있다. 그 대신, 휴대폰 등 이동성이 높은 단말기를 대상으로 콘텐츠를 전송하는 디즈니 모바일 사업모델을 중점적으로 개발해 내년부터 선보일 예정이다. 이같이 디지털 컨버전스에 의해 통합되고 또는 분화되는 시장에 얼마나 능동적으로 제대로 대응하느냐 여부에 따라 미래에도 방송미디어 기업이 성장을 지속할 지 판가름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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