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죽었습니다.
교통사고로.

결혼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사랑하는 남편이
저 세상 사람이 되었습니다.
새벽에 경부고속도로에서 대형 트럭이 남편의
차를 들이받아 버렸습니다.

눈물도 나지 않았습니다.
정신이 없는 가운데 장례를 치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위로의 말을 건네며 남편의 죽음을 기정사실화했으나 인정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번 여름휴가 때 첫아들을 안고 고향의 바닷가를 찾자고 하던 말만 떠올랐습니다.

나는 임신중이었습니다.
도대체 하나님을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정말 원망스러웠습니다.
가난했지만 착한 마음으로 열심히 세상을 살려고 하던 남편이었습니다.

다니던 교회에 발길을 끊었습니다.
그리고 고통 가운데 해산을 했습니다. 남편이 바라던 대로 아들이었습니다.
나는 아들을 안고 남편의 고향을 찾았습니다.
동해가 보이는 산자락에 남편은 잠들어 있었습니다.

나는 포대기를 열어 남편이 잠든 무덤을 아기에게 보여주었습니다.

파도 소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남편을 일찍 데려간 하나님이 다시 원망스러웠습니다.
아들을 얻은 기쁨보다 남편을 잃은 슬픔이 더욱 컸습니다

"오늘이 일요일인데 왜 교회에 가지 않느냐?"
산에서 내려오자 시아버지가 나를 불렀습니다. 정이 넘치는 햇살같이 따스한 음성이었습니다.

"나가기 싫어서요 아버님."
"왜?"
"그이를 일찍 데려간 하나님이 원망스러워요."
"이렇게 어여쁜 아들을 줬는데도?"
"그래도 그래요."

그러자 시아버지가 마당 앞 꽃밭으로 나를 데리고 갔습니다.
꽃밭에는 장미와 달리아 채송화와 도라지꽃이 활짝 피어 있었습니다.

"여기서 꺾고 싶은 꽃을 하나 꺽어보거라."

시아버지가 무겁게 입을 열었습니다
나는 가장 아름답게 핀 장미꽃 한 송이를 꺾었습니다.
그러자 시아버지가 다시 입을 열으셨습니다.

"그것 봐라 내 그럴 줄 알았다.
우리가 정원의 꽃 중에서 가장 이름다운 꽃을 꺾어 꽃병에 꽂듯이
하나님도 가장 아름다운 인간을 먼저 꺾어 천국을 장식한다.
얘야, 이제는 너무 슬퍼하지 마라."

가장 아름다운 꽃 / 정호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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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호와를 의뢰하는 자는 시온산이 요동치 아니하고 영원히 있음 같도다
시편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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