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VIP용 특혜카드' 발급법…"떼를 써라?"

[조선일보   2007-03-06 22:37:18] 

혜택이 많아서… 숨기고 싶다 카드사 직원도 모르는 ‘그림자카드’

대기업 과장 박철영(34)씨는 최근 지갑 안에 넘쳐나는 신용카드를 다 정리하고 새로운 ‘주력 카드’를 만들려다가 거절당했다.

연 회비도 없고 항공 마일리지도 많이 준다는 소문이 도는 카드를 택해 가입을 시도해 봤다. 어렵게 찾은 인터넷 ‘카드 신청’ 창에 주민등록번호를 넣으라고 해서 넣었더니, ‘이 카드상품은 특정 프로모션으로 발급되는 카드입니다. 죄송합니다. 고객님은 대상자가 아니십니다’라는 메시지만 떴다.

도대체 어떤 카드기에 이렇게 고객을 가릴까? 소비자도 모르고, 카드회사 직원들도 잘 모르고, 가입하기도 까다로운 카드이다. 하지만 그만큼 혜택이 쏠쏠한 카드이니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일단 가입하고 볼 일이다.

◆혜택이 아니라 특혜 수준으로 ‘펑펑’

대 표적인 상품이 KB카드의 ‘프랜드’다. 주유 할인형과 항공 마일리지 적립형, 두가지가 나와 있다. 주유 할인형은 리터당 70원 할인된다. LPG의 경우 리터당 30원을 깎아 준다. 대개 주유 할인 카드는 제휴 주유소에서 정해진 날에만 할인 혜택을 주는 게 보통인데, 이 카드는 전국 모든 주유소에서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항공 마일리지 적립형을 선택하면 1000원 사용할 때마다 아시아나 마일리지 1.5마일이 적립된다. 국내 두 도시 간 왕복항공권을 구입하는데 필요한 마일리지가 1만마일(비수기)이기 때문에, 이 카드로 670만원 정도 쓰면 왕복항공권이 나온다는 얘기다. 기존 마일리지 카드가 1000원당 1마일인 것과 비교해 보면 상당한 부가 서비스다.

신용판매 이용금액 1000원당 통합포인트 1점, 전국 백화점·할인점에서 무이자 2~3개월 할부,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 10%, 에버랜드 50%, 캐리비안베이 30% 할인은 공통 서비스다.

가 장 큰 장점은 연회비. 가입한 해는 연회비가 없고, 그 후에도 연간 100만원(현금서비스 포함)만 쓰면 연회비가 면제된다. 대부분의 항공 마일리지 카드는 기본 연회비 이외에 1만~2만원 정도 추가 연회비를 받기 때문에, 연회비 면제 또한 큰 혜택이다.

◆VIP고객에게 혹은 ‘떼쓰는 고객’에게…

이 렇게 ‘빵빵한’ 혜택을 주지만 KB카드는 이 카드를 회사 홈페이지 한 귀퉁이에 슬쩍 끼워 놓을 뿐, 대놓고 공개하지 않는다. 광고도 안 한다. 카드 사용이 많은 우량 고객이나 잠재적으로 카드를 많이 쓸 만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텔레마케팅(TM)만 한다.

이 때문에 인터넷에는 ‘프랜드 카드 가입 성공기’까지 떠돈다. “월급을 국민은행으로 받고, KB카드를 6개월 이상 쓴 다음에 상담원에게 요청하라”, “KB카드를 발급해서 쓰다가 콜센터에 전화해 프랜드카드로 안 바꿔 주면 기존에 쓰던 카드를 해지해 버리겠다고 떼써라”…. 지난해 3월 나온 프랜드카드는 지금까지 14만명이 발급받았다.

LG카드에도 이런 ‘그림자 카드’가 3종류 있다. GS칼텍스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을 때 ?당 최고 120원 할인되는 ‘원 카드’, 우수 고객을 대상으로 호텔 객실 무료 업그레이드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래티늄 스페셜 카드’, 8개월 이상 할부할 때 이자를 반으로 깎아주는 ‘프리-아이 카드’ 등이 있다. 물론 이 카드들도 TM으로만 판매되고, 공개되지 않는다. LG카드 측은 “모든 고객이 TM카드를 선택하면 카드사가 거덜날지도 모른다”고 했다.

◆기존 고객 차별? 우는 아이에게 떡 더 준다?

혜택 많은 신용카드가 늘어나는 것은 소비자에겐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기존 고객들을 사실상 차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TM 전용 카드는 ‘서비스가 불만이다’, ‘연회비가 비싸다’, ‘다른 회사 카드를 쓰겠다’며 소비자가 불만을 터뜨릴 때 권유하는 비장의 상품”이라고 말했다. ‘그림자 카드’가 카드사 과당 경쟁의 부산물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정훈기자 runto@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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