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2008-01-14 03:30:52] 

[동아일보]

‘또라이 제로 조직’ ‘역발상의 법칙’ 저자 로버트 서튼 교수 국내 첫 인터뷰

“또라이(asshole)와 창의성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또라이가 미화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또라이가 있는 조직보다는 없는 조직이 훨씬 낫다.”

인사 행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로버트 서튼(경영과학공학) 스탠퍼드대 교수는 최근 한국 경영계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창의적 조직문화와 관련해 창의성과 ‘또라이적 기질’의 차이를 분명히 구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또 “한국의 최고경영자(CEO)들은 또라이가 아닌 조직원들의 말을 경청(敬聽)하는 기술을 익혀야 한다”며 “과거 권위주의적 리더십에 의존해서는 결코 구성원들의 창의성을 이끌어낼 수 없다”고 충고한다.

‘또라이 제로 조직’ ‘역발상의 법칙’ ‘왜 지식경영이 실패하는가’ 등 수많은 경영 분야 베스트셀러를 갖고 있는 서튼 교수는 최근 ‘동아비즈니스리뷰(DBR)’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평소 한국의 CEO들에게 가졌던 생각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서튼 교수가 한국 언론과 인터뷰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또라이’의 구별 및 관리 방법 등 ‘직장 내 또라이’와 관련해 서튼 교수가 맥킨지쿼털리에 기고한 글은 맥킨지와 동아비즈니스 파트너십 체결에 의해 15일 창간되는 동아비즈니스리뷰에 상세히 소개된다.

○또라이를 창의력 높은 직원으로 보는건 오해

서튼 교수가 최근 다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지난해 발간돼 전 세계적으로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는 ‘또라이 제로조직(The No Asshole Rule)’이라는 저서 덕분이다. 그는 ‘또라이’가 단순히 기업의 문제아 정도로 그치지 않고 상당한 손실을 입히는 위협이라고 지적해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또라이’ 한 사람으로 인한 조직 내 손실이 연평균 16만 달러(약 1억5000만 원)에 이른다는 추정치까지 내놓아 ‘또라이’가 조직문화 파괴자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상당한 규모의 기회비용 손실까지 유발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그는 ‘또라이’임에도 불구하고 성공한 CEO로 애플의 스티브 잡스를 꼽았다.

“개인적으로 잡스와 일하라는 제안을 받는다면 분명 거절할 겁니다. 잡스가 성공한 것은 또라이라서가 아니라 그가 독보적인 미적 감각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그는 소비자들의 감성을 파고드는 방법에 대해서는 극도의 재능을 가지고 있어요.”

서튼 교수는 “또라이를 창의력 높은 직원으로 보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은 매우 잘못된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조직 전체로 봐도 능력 있는 ‘또라이’가 조금 있는 것보다 전혀 없는 것이 훨씬 더 유리하다는 것.

○건설적 논쟁 즐기는 리더라야 상사-부하 ‘윈윈’

‘또라이’와 터프한 리더는 종이 한 장 차로 둘을 구분 짓는 것은 바로 경청을 할 줄 아느냐 모르느냐는 것. 서튼 교수는 경청을 잘 활용한 리더로 인텔의 전설적 경영자였던 앤디 그로브 씨를 들었다.

“그는 한국의 많은 CEO와 마찬가지로 매우 권위적이었고 거칠었죠. 하지만 부하 직원으로부터 논쟁을 이끌어내는 데 탁월한 재능이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아이디어에 도전하는 사람은 누구든 자신의 방으로 초대해 건설적 논쟁을 즐겼습니다. 결코 지위나 지식으로 상대방을 굴복시키지 않았고 자신이 틀렸다고 생각하면 존경을 담아 그 부하 직원을 칭찬했죠. 이것이 바로 경청의 힘입니다.”

경청 외에 그가 생각하는 훌륭한 리더의 조건은 무엇일까.

“생각하는 바를 곧바로 실행할 수 있는 추진력과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정보를 업데이트할 수 있는 능력을 꼽고 싶군요. 조지 부시 대통령의 경우 변화하는 세계의 흐름을 포착하지 못했기 때문에 실패한 리더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라크전쟁과 관련해서요.”

서튼은 한국의 CEO들이 일방적 지시가 아닌 건설적 논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아직까지 익숙하지 못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위계질서가 엄격한 아시아식 기업 문화를 감안해도 지시에만 익숙한 리더로는 21세기 무한경쟁 시대를 헤쳐 나가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유능한 직원들은 상사와의 자유로운 논쟁을 통해 존중받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스스로 업무 동기를 부여하기 때문에 이들로부터 토론을 이끌어내는 것이 필수라는 것.

한국 경제의 샌드위치 위기론에 대해서는 ‘생각의 전환’을 주문했다.

“2004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도 사람들은 저에게 샌드위치 위기론에 관련한 질문만 집중적으로 하더군요. 비록 제가 이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중국이나 일본, 특히 중국과 경쟁을 하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중국은 엄청나게 큰 나라이고 특히 저가 노동력이라는 측면에서는 어느 누구도 중국과 경쟁할 수 없어요. 중국을 신경 쓰는 시간에 싱가포르식 발전 모델을 더 열심히 연구하면 어떨까요. 싱가포르는 한국이 추진하고 있는 동북아 금융허브의 성공 모델인 데다 국가 지도자들의 리더십도 뛰어나니까요.”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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