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서프라이즈   2007-11-07 17:14:08] 
[데일리서프라이즈 김아름 기자] “지금도 준현이의 마지막 모습이 잊혀지지 않아요. 20일 동안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몰랐는데 마지막에 인공호흡기를 떼어내니까 코피가 확 나오더라구요. 그 순간 그 동안 살아있었구나...우리 준현이가 살아있었구나...”

20일 동안 사경을 헤매다 끝내 사망한 故박준현군의 나이는 겨우 8개월이었다. 한창 재롱을 부리며 부모님에게 기쁨을 줄 나이에 준현군은 싸늘한 주검이 되어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사건이 발생한지 약 1달 정도 지났지만 준현군의 부모님은 아직도 아들의 죽음이 믿겨지지 않는다고 했다. 응급실에서 채혈을 하기 10분 전까지만 해도 친척누나와 장난을 치던 아기가 갑자기 의식을 잃고 사경을 헤맸다는 정황 자체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었던 것이다.

준현군의 부모님이 가장 가슴이 아픈 부분은 입원하지 않아도 될 아이를 굳이 입원을 시켜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 같은 자책감이었다. 단지 준현이의 쌍둥이형인 준서한테 감기를 옮길까봐 입원을 시킬까 하고 물어봤던 것뿐인데 그 선택이 아이를 죽음으로 몰아넣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 때 한번만 더 생각해 볼 걸 그랬어요. 그 의사가 한번만 더 질문했다면 준현이를 입원시키지도 않았을 거고 그럼 우리 준현이도 그렇게 가지 않았을텐데...”

게다가 준현군의 진단서를 발부받은 부모님은 당시 담당 레지던트인 오모씨가 기록한 내용을 보고 또 한번 어이가 없었다고 한다. 준현군의 차트에 “부모님이 입원을 강력히 원해서”라고 기록하며 의료사고에 대한 책임을 회피했기 때문이다.

준현군의 어머니는 “처음 차트를 열람하려고 했을 때도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차트 열람을 못하게 했는데, 부모님이 입원을 강력히 원했다는 문구는 나중에 기록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병원측을 의심했다.

이에 대해 오씨는 차트에 자신에게 유리한 내용을 기록한 적이 없으며 사건 후에 차트를 위조했다거나 하는 행위는 절대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유족들은 “오씨는 사건이 처음 생긴 때부터 지금까지 책임회피성의 발언으로 일관하며 가족들에게 사과도 한 번 하지 않았다”며 도의적인 책임을 물었다.

유족들은 특히 병원측이 준현군의 사망 이후, 한 행동이나 발언에 대해 크게 분노했다. 유족측에 따르면 안산 K대병원은 진료비를 488만원을 청구했고 가족들이 이를 거부하자 “중환자실에 있는 아이의 시체를 인도할 수 없다”고 했다고 한다.

결국 준현군의 어머니는 준현군의 침상에서 시체를 안고 4시간동안 울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병원측 원무과 관계자와 준현군의 아버지가 크게 다퉜지만, 결국 병원측은 “법대로 하자”며 소송에서 지면 병원비를 지불하겠다는 각서를 쓰게 한 후에야 아이의 시체를 인도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준현군의 아버지는 “아이가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아 중환자실로 옮긴 뒤 몇 번이나 다른 병원으로 옮기려 했지만 병원측이 살릴 수 있다고 못 옮기게 했다”며 “멀쩡한 아이를 죽인 것도 모자라서 병원비를 내지 않는 파렴치한 부모로 몰아세우냐”며 혀를 내둘렀다.

유족들은 병원측을 업무상 과실 혐의로 고소한 상태이지만 국과수의 부검결과가 지연되며, 기다림에 지쳐가고 있다. 더욱이 의료사고의 경우 대부분 병원의 손을 들어주기 때문에 유족들은 준현군의 죽음이 헛되이 돌아갈까 두렵기만 하다.

준현군이 죽은지 이제 한 달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도 싸늘한 주검이 되어 부검실에 안치되어 있는 어린 준현군을 생각하면, 준현군의 어머니는 말라버린 눈물이 다시 나오는 것 같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지금도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엄마를 부를 것 같다며 눈물짓는 유족들에게 “채혈을 하던 도중 아이가 발버둥을 치더니 청색증을 보였다”는 냉정한 의학지식으로 일관하는 병원. 언제 끝날지도 모를 부검을 기다리며 준현군을 가슴 깊숙이 묻어야 하는 유족들. 유족들은 하루빨리 부검결과가 나와 준현군의 억울한 죽음을 달래주고 싶다며 진실이 밝혀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김아름 (artsoul@dailyseoprise.com)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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