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신진호] 16일 오전 10시. 위·아·자 장터가 마련된 대전시청 2층 로비 한 구석에 초등학교 2, 3학년으로 보이는 한 남학생이 자리를 펴고 물건을 하나씩 진열했다.

  주위의 다른 가게들이 가족·친구 단위로 상품을 펼치는 것과 달리 이 학생은 혼자서 물건을 정리한 뒤 가격표를 붙였다. 가만히 살펴보니 물건 가격은 모두 ‘200원’으로 동일했다. 더 특이한 것은 이 곳은 주인이 없는 ‘무인(無人) 가게’였다.

  남학생은 굵은 매직으로 ‘무조건 200원, 돈은 무인 수금통에’라는 피켓을 가게 앞에 내놓은 뒤 어디론가 사라졌다. 옆에서 가게를 운영하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물건이 제대로 팔릴까?’하며 기대 반 걱정 반의 심정으로 가게를 지켜봤지만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남학생이 사라진 뒤 신기하게도 가게에는 많은 사람들이 방문을 했고 물건들은 장터 마감 1시간 전인 오후 3시쯤 물건이 모두 팔렸다.

 독특한 마케팅 전략이 시민들의 눈길을 끈 탓인지 다른 가게들보다 훨씬 더 장사가 잘 된 듯 했다. 물건이 모두 팔리고 오후 3시 30분쯤 한 남학생이 아빠인 듯한 중년의 남성과 조용히 가게를 정리하고 자리를 떠났다.

  이 가게의 번호는 ‘44번’. 이날 오전 9시 50분쯤 박은도(40)씨의 이름으로 접수돼 오후 3시 40분쯤 기부금을 적립한 것으로 전해졌다. 옆에서 물건을 팔았던 박은진(12)양은 “어떤 아이가 아빠와 물건을 진열하고 사라졌다 장터가 끝날 무렵 와서 정리를 하고 돌아갔다”며 “사람도 없는 데 물건은 아주 잘 팔렸다”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zino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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