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시장출신으로 보수우익을 표방하던 한 정치인이
48%의 지지를 받으며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지향한 그는 노동법을 개정하고 외국계 기업의 요구에 부흥하였다.
하지만 그는 서민들의 삶을 외면하였다.

초반 50%를 상회하는 국민 지지율을 기록하던 그의 지지율은
두세달만에 20%로 급락했고, 민심이 정부로부터 떠났다는 사실을 확인한 집권여당은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외면했다.

시민들은 모여 시위를 하기 시작했다.
초반 시위는 아주 평화로왔으며 그들의 요구는 소박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들의 목소리를 무시하였다.
성난 시민들의 시위는 전국적으로 확산되었고,
그럴 수록 그는 성난 민심을 달래려 하기보다
경찰의 단속과 진압을 강화
하였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시위대는 대통령을 향해 몰려갔다.
그는 경찰에 강경진압을 지시했고
급기야 5명의 사망자가 발생
하기에 이르렀다.

그로 인해 시위는 걷잡을 수 없이 과격해졌으며
다급해진 그는 군부에 진압을 명령했다.
하지만 군부는 같은 국민의 시위를 진압하는데 병력을 투입할 수 없다며
그의 요구를 일언지하에 거부했다.

결국 기댈 곳이 없어진 그는 대통령 사임을 결정하고
대통령궁 옥상에 대기시켜놓았던 헬기를 타고 도주하고 만다.




이 픽션과도 같은 짧은 이야기는 사실이며 역사이다.
2002년 12월에 벌어진 아르헨티나 델라루아(de la Rúa) 정권의 몰락에 대한 이야기다.
민심은 곧 천심이며, 그 천심을 거스른 댓가에 관한 진실의 이야기다.

- 2008년 12월 / 월간 저널리스트 리스폰드 / 김원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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