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통신 혁명 '앱스토어'가 온다


심심풀이 게임 개발해 하루 200만원 벌었다고?
누구나 입맛대로 SW 매매 가능…이용자·개발자 모두 세계가 시장
국내외 IT업계 유사서비스 박차…이통사 콘텐츠 수익 감소 불보듯

20대 중반의 뉴욕대 대학원생 엘리자 블록(여)은 어느날 심심풀이 삼아 십자낱말풀이 게임 소프트웨어를 만들었다. 애플의 휴대폰 '아이폰'과 휴대용 멀티미디어플레이어(PMP) '아이팟 터치'에서 작동하도록 만든 이 소프트웨어는 애플의 온라인 장터 '앱스토어'(App Store)에서 하루 200만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인기 상품이 됐다. 하지만 어림잡아 월 6,000만원의 수입을 올리는 블록은 앱스토어에서 32번째로 돈을 많이 번 사례에 불과하다.

▦앱스토어가 뭐길래

앱스토어는 애플이 7월 11일 문을 연 온라인 소프트웨어 장터. 누구나 아이폰과 아이팟 터치에서 작동하는 모바일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인터넷을 이용해 앱스토어에서 사고 팔 수 있다. 무료로 나눠줘도 되고, 돈을 받으면 7대 3의 비율로 개발자와 애플이 나눠 갖는다.

개발 방법도 간단하다. 애플이 자사 컴퓨터인 맥킨토시에서 작동하는 개발도구(SDK)를 홈페이지(www.apple.com)에 무료로 올려놓았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업계는 앱스토어가 세상을 바꿔가는 모습을 보며 새로운 블루오션이 열렸다고 흥분하고 있다. 언어와 국경의 장벽을 넘어 전 세계를 상대로 편하게 앉아서 인터넷으로 돈벌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청년실업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이폰과 아이팟 터치 이용자들도 흥분하고 있다. 서비스 개시 두 달 만에 1억건을 돌파한 소프트웨어 전송횟수가 이를 단적으로 증명한다. 과거에는 휴대폰과 PMP를 사면 기기에 내장됐거나 이동통신업체를 통해 전송 받은 소프트웨어가 전부였다. 그러나 이제는 이용자들이 3,000가지 이상의 소프트웨어를 입맛대로 앱스토어에서 고를 수 있다. 이 가운데 90% 이상은 10달러 이하에 팔리며, 600개 이상은 무료로 배포된다. 그래서 업계에서는 앱스토어를 '모바일 문화의 혁명'으로 꼽는다.

▦봉이 김선달도 등장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박 성공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스티브 디미터라는 무명의 개발자는 5달러짜리 게임 '트리즘'을 앱스토어에 올린 지 두 달 만에 2억5,000만원을 벌었다. 일본 게임업체 세가의 '슈퍼 몽키볼'(9.99달러)은 20일 만에 30만건 이상 판매됐다.

예상치 않은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이른바 앱스토어판 '봉이 김선달'이 등장한 것. 독일의 개발자 알만 하인리히는 부자가 되는 비법을 담은 '나는 부자다'라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무려 999.99달러(약 110만원)라는 높은 가격에 앱스토어에 올려 놓았다. 8명이 전송 받아 실행해 보니 빨간 보석 그림 1장이 전부였다. 항의를 받은 애플이 뒤늦게 해당 소프트웨어를 삭제했지만, 하인리히는 그 새 5,600달러를 벌었다. 하인리히는 그림 속에 부자가 되는 주문이 들어있다고 주장했다는 후문이다.

▦희비가 엇갈린 애플과 이통사들

앱스토어의 최대 수혜자는 당연히 애플이다. 애플은 똘똘한 자식(앱스토어) 하나 잘 둔 덕에 아이폰, 아이팟 터치, 맥킨토시 컴퓨터 등 다른 형제들까지 덩달아 성공하게 됐다. 허진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은 "앞으로 애플이 아이폰과 아이팟, 맥킨토시 판매로 벌어들이는 것보다 앱스토어 수익이 더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만큼 이동통신업체들에게는 비극이다. 만약 아이폰이 확산되면 당장 모바일 콘텐츠 서비스 수익이 줄어든다. 모바일 소프트웨어 개발자들도 앱스토어에 올려 놓으면 전 세계를 상대로 돈을 벌게 되니 굳이 이통사들에 매달릴 이유가 없다. 네오위즈 관계자는 "그래서 앱스토어가 무서운 것"이라며 "이용자, 개발자 모두 이통사로부터 자유롭게 됐다"고 설명했다.

앱스토어가 일으킨 돌풍은 IT업계로 확산되고 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도 앱스토어와 유사한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마켓'을, MS는 '스카이마켓'이라는 이름의 앱스토어와 유사한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국내 기업들도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네오위즈 인터넷은 아이폰과 아이팟 터치로 인터넷 음악방송을 들을 수 있는 '세이캐스트'를 개발, 11월 중 앱스토어로 배포할 계획이다. 드림위즈, 컴투스, 게임업체 A사 등도 앱스토어를 통해 판매할 소프트웨어를 개발 중이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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