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006-01-11 06:49:03] 








 

[중앙일보 한애란.최정동] 중하위권 이던 두 아들이 불과 일년 만에 반에서 5위권 으로 성적이 껑충 뛰었단다. 그 비법 이 뭘까. 실력 좋은 과외나 학원의 힘일까. '대한민국 1등 과외'를 펴낸 아버지 박명수(48.프리랜서 작가)씨는 "사업 부도로 형편이 어려워 과외는커녕 학습지도 시킬 형편이 안 됐다"며 "아이들 스스로 공부하는 가정학습법 으로 교육시켰다"고 말한다. 게다가 "교육비도 거의 안 들고 부모가 잘 몰라도 쉽게 가르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영어 : 읽기·쓰기보다 듣기부터 시켜라

첫째 장렬(17.대광고2)군이 중학교 1학년일때 박씨는 '엄지공주''피터팬'등 영어 이야기책과 녹음테이프를 사왔다. 그리고 아이에게 매일 테이프를 들으며 눈으로 따라 읽도록 했다. 모르는 단어가 있어도 설명해주지 않았고, 외우게 하지도 않았다. 단지 옆에서 제대로 듣는지 지켜볼 뿐이었다. 처음엔 못 알아듣겠다고 불평도 했다. 하지만 5개월쯤 지나자 아이가 테이프를 듣다 웃기도 하고, 자기도 모르게 따라 말하는 게 보였다.

그때부터는 읽기 연습을 시작했다. 월.수.금요일은 듣기와 눈으로 읽기를 하고, 화.목.토요일엔 들으면서 소리내 발음했다. 초기엔 발음도 틀리고 소리를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4주 정도 지나니 읽는 속도가 원어민과 어느 정도 비슷해졌다. 3개월째부터는 발음도 제법 원어민에 가까웠다.

그 다음 단계는 말하기. 격일로 듣기와 읽기 훈련을 한 뒤 매주 일요일 20~30쪽 분량을 외워 말하는 테스트를 했다. 틀리는 개수는 2쪽에 한 단어 정도. 이미 듣기와 읽기 연습을 마친 교재여서 쉽게 적응했다.

말하기까지 끝마친 교재는 쓰기훈련에 들어갔다. 4쪽 분량을 테이프로 들으며 노트에 받아쓰는 연습이다.

이렇게 듣기-읽기-말하기-쓰기의 4단계 영어학습을 5년 가까이 해온 두 형제의 학교 영어성적은 전교 10등 정도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이 방법으로 영어공부 한 둘째 경구(15.전일중3)군은 "영어 문법은 잘 모르지만 듣기나 독해, 쓰기는 자신 있다"며 "제일 좋아하는 과목이 영어"라고 말했다. 교재도 300단어의 동화에서 시작했지만 이제 1800단어의 '링컨'이나 '돈키호테'를 듣는다.

장렬군은 "단어를 열심히 외우거나 시험 대비 공부를 따로 하지는 않아도 영어 성적은 잘 나오는 편"이라고 말했다.



한문 : 한자카드 활용 공부 … 신기하게 쏙쏙

장렬군이 중학교 2학년이던 때, 한자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책을 읽고 자꾸 어휘의 뜻을 물어보는 걸 보고 "어휘를 많이 알게 하려면 한자를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해서다.

일단 한자카드를 만들었다. 종이 앞면엔 한자 단어, 뒤에는 한글로 뜻과 음을 쓴 카드다.

한자를 노트에 20~30번씩 써서 외우는 방법은 지양했다. 아이들이 싫어하기 때문이다. 대신 카드의 글자를 딱 4번씩 쓰게 했다. 예를 들어 '家'라고 쓰고 밑에 '집 가'라고 한글로 쓰는 것이다.

그리고 카드 15장을 주고 외우게 한 뒤, 테스트를 했다. 어머니 조영혜(44)씨가 카드의 한자를 보여주면 음과 뜻을 맞히는 방식이었다. 틀리면 답을 가르쳐주고 잠시 후 다시 물어봤다.

15 단어를 모두 알아맞히면 받아쓰기로 넘어갔다. 음과 뜻을 말하면 화이트보드에 한자로 쓰는 연습이다. 노트 대신 화이트보드를 이용하니 아이들도 재미있어 하고, 어머니도 아이가 획순에 따라 제대로 쓰고 있는지 확인하기 쉬웠다.

한 묶음(15장)당 읽기.쓰기 연습을 2~3회 반복하자 아이들은 그 한자를 확실히 익혔다. 이렇게 한자를 가르친 지 50여일 만에 한자 500자를 뗄 수 있었다. 4개월 뒤 한자능력검정시험 4급, 8개월 뒤 3급을 딴 큰 아이는 한자를 배운 지 2년반 만에 1급을 획득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전국 한자경시대회에서 첫째는 2등, 둘째는 장려상을 받기도 했다. 이번 겨울방학부터 논어를 보고 있는 경구군은 "논어에도 모르는 한자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한자를 잘하면 국어 고문도 쉽게 익힐 수 있을 뿐 아니라, 어휘가 늘기 때문에 모든 과목에 도움이 된다"는 게 박씨가 말하는 한자교육의 효과다.


수학 : 풀이노트 만들어 문제집 정복시켜라

학원에서는 수학 단원별로 자세히 설명해준 뒤, 문제 풀이방법도 일일이 가르쳐준다. 하지만 부모가 직접 중.고교 수학을 가르치기란 불가능한 노릇이다.

박씨는 문제집 한 권을 정해 아이들 스스로 수학 문제를 풀도록 했다. 대신 꼭 문제집 아닌 노트에 문제를 풀고 풀이과정을 다 쓰게 했다. 다 풀고나면 풀이과정을 해답지와 비교해 보며 어느 부분이 틀렸는지 지적해줬다. 틀린 문제를 다시 풀면서 아이는 어디서 잘못됐는지 스스로 깨달을 수 있었다. 틀린 문제는 문제집에 사선(/)으로 표시 해두고, 다음에 그것만 다시 풀어보게 했다. 또 틀리면 사선을 하나 더 그어 X자로 표시했다. 두 번 모두 틀린 문제는 다시 풀어봤다. 한 문제집을 3번 푸는 것이다. 중간.기말 고사 때는 예전에 틀렸던 문제를 다시 한 번 보는 것만으로 시험공부를 끝낼 수 있다.

박씨는 "문제집을 여러 권 풀게 하면, 이미 맞았던 것을 다시 풀게 되기 때문에 효과가 작다"며 "교재는 2권 정도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사진=최정동 기자 choijd@joongang.co.kr ▶한애란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com/aeyani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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